【세상을 보는 눈】성숙한 관계, 어려움에서 나타나는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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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는 눈】성숙한 관계, 어려움에서 나타나는 힘
  • 세영
  • 승인 2020.06.01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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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한국 대처에 대한 세계 각국 메스컴의 긍정적 평가
"‘공동체’ 내에서 ‘관계’를 소중하게 여겼던 심성 덕분이 아닐까"

 

코로나19로 온 세상이 들썩이고 있는 중이다. 언제쯤 끝이 날 것인가는 아무도 장담하지 못하고 있다. 매일, 특정 시간대에 전파를 내보내는 라디오나 TV의 그 첫머리를 장식하는 뉴스는 '지난 밤 자정을 기점으로 한 코로나19 확진자 수'의 발표다.

 

우리나라는 몇 명이었고 미국, 영국, 스페인, 일본은 몇 명이었나를 알려준다. 그것이 일상이 되다시피 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대처에 대한 세계 각국 메스컴의 평가가 잇따른다.

코로나19가 발병한 초기에는 아마도 한국의 상황을 의심 반으로 바라보았을 터. 시간이 지남에 따라 한국의 대응이 모범 중 모범임이 확인되고 있다.

대통령은 그 공을 의료진에게 돌렸고, 최종적으로 성숙한 국민에게 돌리고 있다. 우리 국민의 민주의식과 공동체 의식의 발로라고 요약할 수 있겠다.

코로나19에 대한 우리나라의 모범적인 대응과 그 요인에 대해 곰곰 생각해 보았다. 서구로부터 유입되어 온 개인주의와 자유주의일까, 기독교의 교리에 충실한 것일까, 아니면 전통적으로 지배층의 이데올로기로 자리잡았던 유교적 가치관일까. 그도 아니면 도대체 무엇일까.

그것은 아마도 심성, 알게 모르게 형성되어온 민중들의 삶 속에 남아있던 ‘공동체’ 내에서의 ‘관계’를 소중하게 생각했던 심성이 아닐까.

 

우리는 농사를 짓더라도 낟알 하나에 온갖 정성을 기울여온 민족이다. 옛말에 ‘농부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 벼는 자란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벼가 잘 커 열매를 풍성하게 맺을 수 있도록 부지런히 보살피는 농부의 기본적인 행동 내지는 태도를 이르는 말인데, 그 의미가 새롭게 다가온다.

누에를 치더라도 누에에게 해가 되는 것을 삼갔던 사람들이었다. 상중(喪中)에 뽕잎을 잠실(蠶室)에 올릴 때는 곡을 생략하기도 했고1), 시어머니에게 꾸중들은 며느리는 잠실에 드나드는 것을 삼갔다고도 한다2). 혹 뽕잎을 누에에게 주는 마음이 오롯이 되지 않아 누에가 병들기라도 할까 스스로 삼가는 정성 말이다.

농부는 정성을 기울인 끝에 영양 가득한 먹을거리를 얻을 수 있고, 삼갈 것을 삼가고 할 수 있는 성의를 다함으로써 질 좋은 고치를 얻을 수 있었을 것이다.

독일은 좋은 고치를 얻기 위해 품종을 개량했고, 일본은 한 번만 얻을 수 있는 누에고치를 두 번 얻기 위해 키우는 방식을 바꿨다. 그에 비해 우리나라 농부들은 오직 정성을 다했을 뿐이라고 이어령 박사는 그의 저서 '뜻으로 읽는 한국어 사전'에서 말하고 있다.

그 농부들이 모여 사는 자그마한 공동체에서도 정성을 다해 벼를 기르고, 누에를 치던 그런 심성, 생명을 이어가는 정성 가득한 심성으로 이웃을 대했을 것이다. 코로나19와 같은 미증유의 사태를 겪었을 때 ‘나’와 같이 ‘공동체’를 생각하는 정성이 들어난 것이다.

 

가평 아침고요수목원, 수국 전시.

대구와 경북에서 확진환자가 급증하고 방역을 위한 의료 인력이 부족할 때 아낌 없이 자신을 던졌던 의료진과 질병관리본부의 지침에 신뢰를 보내며 행동으로 옮기고 지역을 넘어 병상을 제공했던, 그런 ‘관계’들이 이 위험한 도전을 성공적으로 돌파해 내기에 이르렀다.

공동체 안에서 관계가 건전하게 지속되려면 배려를 포한한 절제된 행위와 믿음이 기초가 되어야 한다.

공동체가 바이러스로부터 서로를 지키려고 불편함을 무릅쓰고 착용했던 마스크로 인해 초기에 유럽이나 미국으로부터 받았던 비아냥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절제되고 책임감 있는 행동으로, 본받아야할 행동으로 여겨지기에 이르렀다.

4월 15일 치렀던 총선은 확산일로에 있던 팬데믹에서의 기적과 같은 행렬이었다. 시민들은 그런 삼감과 서로에 대한 신뢰를 지킴으로서 세계가 주목하고, 민주주의가 성숙한 시민들이 사는 나라, 대한민국이라는 새로운 정체성을 가지게 되었다.

1), 2)는 「뜻으로 읽는 한국어사전」(이어령)에서 따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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